
수학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든다. 학생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수학 포기해도 될까요?” 처음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 나는 꽤 진지하게 설득하려 했다. 수학이 왜 중요한지, 조금만 더 해보면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이야기들을 길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미 마음속에서 수학을 내려놓은 학생에게 수학의 가치를 말로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수학을 포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과목을 내려놓는 일일까.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사회에는 수학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직업도 많고, 수학을 잘하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수학을 못한다고 해서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도 어느 정도는 맞다. 그 말에 완전히 반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한 가지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해본 사람과 아예 공부하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어떤 차이가 생긴다는 생각이다.
그 차이가 정확히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논리적인 사고일 수도 있고, 복잡한 문제를 끝까지 붙잡고 있는 끈기일 수도 있으며, 어떤 구조를 이해하는 감각일 수도 있다. 혹은 한 번에 풀리지 않는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돌아와 생각해보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은 교과서에 적혀 있는 공식처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 하지만 수학을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바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지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그 문제를 붙잡고 조금씩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 어떤 때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이런 경험들은 단순히 수학 문제를 푸는 기술이라기보다,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이 과정이 수학이라는 과목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경험이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는 점이다. 수학을 공부해 본 사람은 그 과정을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지만, 아직 경험하지 않은 학생에게 그것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학생이 수학을 포기하겠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잠시 멈칫하게 된다.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 수학의 의미를 길게 설명해도 이미 마음이 떠난 학생에게는 그 말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해버리기도 한다. “그래, 그럼 수학은 포기해.”
교사로서 좋은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학생은 이미 마음속에서 수학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은 아닐까. 내가 붙잡는 말이 오히려 더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포기하라는 말을 하게 되는 순간도 생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난다. 학생이 잠깐 멈춘다. 그리고 묻는다. “진짜로요?” 그 질문 속에는 묘한 감정이 섞여 있다. 안도인지, 서운함인지, 아니면 아직 남아 있는 기대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 순간 나는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수학을 포기하는 허락이 아니라 어쩌면 조금만 더 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전략적으로 수학의 비중을 낮추는 선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히 전반적인 성적이 낮은 학생이라면 어느 과목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지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어떤 학생은 수학 공부 시간을 줄이고 다른 과목에 집중하면서 성적이 조금씩 오르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학생은 수학의 기초를 다시 잡으면서 공부 전체가 안정되기도 한다. 공부 전략은 생각보다 사람마다 다르게 작동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수학을 포기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다른 과목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경우 문제는 특정 과목이 아니라 공부 방식이나 태도에서 비롯된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다른 과목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학을 포기하는 선택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자주 본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잘하라고 말하기보다 이렇게 말하려고 한다. 높은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괜찮다. 어려운 문제를 풀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완전히 포기하지는 말아보자. 개념을 한 번 읽어보고, 기본 문제를 몇 개 풀어보고, 이해되지 않으면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돌아와 생각해보자. 수학은 때로 아주 느리게 이해되는 과목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연결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수학의 가치를 말로 설득하는 일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것을 설명하는 일은 언제나 그렇다. 그래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수학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너무 쉽게 포기하지는 말자고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학생이 다시 돌아와 그 말을 떠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학을 꼭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학을 너무 쉽게 내려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수학을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어떤 경험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경험은 점수로 바로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고, 시험 성적과는 크게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은 분명히 사람의 사고 방식 어딘가에 작은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학생들에게 완전히 포기하지는 말아보자고 말한다. 수학을 잘하라는 말이 아니라, 조금만 더 붙잡아 보자는 말이다. 어쩌면 그 말이 지금 당장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학생이 다시 수학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그 말이 아주 조금은 떠오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수학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