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학이 좋아지는 글들

“무한, 그 끝없는 개념”

by 딩가캣 2025. 4. 22.

 끝없는 수, 무한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


“무한이요!”  
어릴 적 친구와 장난처럼 주고받던 말 중 하나다.  
무한은 끝이 없다는 의미니까, 누가 무슨 숫자를 말해도  
“무한!”이라고 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무한이라는 개념은 실제로 그렇게 단순한 것일까?

수학에서 말하는 무한은 단순히 ‘아주 큰 수’가 아니다.  
무한은 수를 계속 더해도, 셀 수 없이 계속 나아가도 절대로 끝에 닿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몇 개?”라고 물어봤을 때  그 수를 말할 수 없는 것,  
계속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무한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처음 배우는 수, 자연수는 1, 2, 3, 4, 5, … 이런 식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마지막 숫자는 뭐야?”라고 물으면, 수학은 단호하게 말한다.
“없어, 끝이 없어.”
우리가 아무리 큰 수를 떠올려도, 그 뒤에는 항상 +1이 가능하다.
천, 백만, 억, 조… 계속 숫자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 모든 수는 자연수의 일부일 뿐이다.

이런 자연수의 집합은 무한하다고 표현한다.
즉, 셀 수는 있지만, 모두 다 셀 수 있는 날은 오지 않는다.
오늘 하루 종일 1부터 세어본다고 해도
결코 마지막 숫자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건 내일도, 10년 후에도 마찬가지다.
숫자는 계속 생기고, 그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생기는 ‘무한’은 셀 수 있는 무한(Countable infinity)의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무한은 자연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수(decimal number) 속에도 무한은 숨어 있다.

예를 들어, 1 ÷ 3을 계산하면 0.333...이 나온다.
소수점 아래에 3이 계속해서 반복되며 끝나지 않는다.
이걸 순환소수라고 한다.
반복되는 구조를 가졌지만, 언제 멈추는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이 숫자는 무한히 이어진다.

조금 더 흥미로운 예는 바로 0.999...이다.
이 숫자는 보기에 1보다 살짝 모자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학적으로 1과 같다.

이처럼 숫자가 무한히 어떤 값에 가까워지는 현상
수학에서는 **극한(limit)**이라고 부른다.
극한은 단지 소수에만 쓰이는 개념이 아니다.
함수, 도형, 면적, 속도 
수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 개념이 사용된다.

특히 미적분에서는 극한이 기초가 되는 핵심 개념이다.
도형의 넓이를 무한히 얇은 조각으로 나누고,
그 조각들을 모두 합치는 방식으로
‘넓이’, ‘기울기’, ‘속도’ 같은 걸 계산해낸다.

즉, 무한은 우리가 수학을 더 정확하고 정밀하게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다.
끝없이 이어지고, 끝없이 가까워지고, 끝없이 작아지고…
무한은 수학 곳곳에서 계속해서 모습을 바꿔 나타난다.


그런데 무한은 수가 아닐까?

우리가 “무한”이라는 기호 ∞를 보고, 그걸 숫자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는 숫자가 아니다.  
무한은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무한은 셀 수 있는 수가 아니고, 계산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예를 들어, 무한 + 1은 무한이고, 무한 × 2도 무한이다.  
이건 수학적으로는 일반적인 수와 다르게 작동한다.

수학자 칸토어는 이 무한을 더 깊이 연구해서  
어떤 무한은 다른 무한보다 더 크다’는 개념까지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연수 전체와 실수 전체는 둘 다 무한하지만,  
실수는 더 ‘조밀하고 촘촘한 무한’이기 때문에 더 큰 무한이다.  
이런 생각은 당시에도 충격적인 수학적 발상이었다.


예술과 철학 속 무한 

무한은 단지 수학 안에만 갇혀 있는 개념이 아니다.
사람은 오래전부터 무한을 감정으로, 상상으로, 시선으로 느껴왔다.

우리가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볼 때,
그 수많은 별과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은
무언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건 단순히 별의 개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 공간에 도달할 수 없다는 느낌,
끝이 없다는 신비로움’ 때문일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볼 때도 비슷하다.
눈앞에 있는 수평선은 멀지만 가까워 보이고,
그 너머에는 우리가 닿을 수 없는 세계가 있을 것 같은 상상이 따라온다.
시간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은 지나가고 있지만,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미래는 끝없이 열려 있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멈추지 않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무한을 ‘느낀다’.

예술 작품 속에서도, 문학 속에서도 무한은 자주 등장한다.
그림 속 하늘은 캔버스를 넘어 뻗어 나가고,
조각 속 곡선은 끝없이 반복되는 패턴으로 이어진다.
음악에서는 한 멜로디가 반복되며 점점 더 깊은 감정을 만든다.
이런 반복과 확장은 모두 무한의 감각과 연결된다.

문학 속 무한은 더 철학적이다.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하게 하고,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큰 것을 느끼게 한다.
끝이 없다는 것’은 인간에게 경외감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감정의 깊이 속에서,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더 크게 생각하게 된다.

 


무한을 이해한다는 것

우리는 유한한 존재다.  
하루는 24시간이고, 인생은 언젠가 끝이 온다.  
그런 우리가 무한을 상상하고,  
그 개념을 배우고 연구하고 있다는 건  
어쩌면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사고력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무한은 두렵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안에는 상상력과 아름다움, 그리고 깊이 있는 질문이 담겨 있다.  
“무한히 많은 것”을 생각한다는 건,  
“무한히 넓은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한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수가 아니다.  
계속해서 나아가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세계.  
그 끝없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수학에서 가장 경이로운 여정 중 하나다.

무한을 생각해보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철학이고 수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