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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좋아지는 글들

내가 이 블로그에서 쓰고 싶은 이야기들― 수학을 사람 곁으로 데려오는 일에 대하여

by 딩가캣 2026. 1. 2.

수학을 다시 사람 곁으로 데려오는 글을 남기고 싶다.

이 블로그는
수학을 잘 가르치기 위한 공간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잘 가르친다’는 의미는
성적을 빠르게 올리거나,
문제를 남들보다 먼저 풀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나는 이곳에
수학을 다시 사람 곁으로 데려오는 글을 남기고 싶다.

수학을 처음부터 싫어했던 아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수학과 멀어진다.
처음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수학 앞에 설 때 느껴지는 공기의 문제다.

틀렸을 때의 표정,
조금 늦었을 때의 눈치,
질문하려다 삼켜버린 말들.
그 작은 순간들이 쌓이면서
수학은 점점 ‘생각의 언어’가 아니라
‘평가의 대상’이 되어간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문제를 푸는 대신
자기 자신을 증명하려 애쓴다.
답을 맞히는 것보다
혼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문제보다 먼저 나오는 말은
“죄송해요”가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는 원래 안 돼요.”

나는 오랫동안 그 장면을 보아왔다.
수학을 몰라서가 아니라
수학 앞에서 작아져 버린 아이들.
틀린 이유를 설명하기도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낮추는 아이들.

그 말이 나오기까지
아이들은 생각보다 오래 버텨왔다.
그 시간은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라
계속 버티려 했던 흔적이다.

그래서 나는
수학을 더 잘 설명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수학 앞에서 움츠러든 사람 곁에
조용히 앉아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졌다.

 

수학은 원래 그런 과목이 아니었다.
수학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만들어진 언어였다.
왜 이런 모양이 반복되는지,
어디까지 확신할 수 있는지,
어떤 조건이 바뀌면 결과가 달라지는지.

수학은 본래
정답을 빨리 고르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을 멈추고 서서
조건을 다시 바라보는 연습에 가까웠다.

하지만 우리는
수학을 너무 빠르게만 다뤄왔다.
사람이 따라올 시간을 주기보다
기준과 속도를 먼저 정해버렸다.
그 결과, 수학은
많은 사람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이름이 되었다.

그래서 수학 앞에 서면
생각보다 먼저
몸이 긴장하고,
마음이 위축되고,
“틀리면 안 된다”는 감정이 앞선다.

이때 수학은
사람을 돕는 언어가 아니라
사람을 가르는 도구가 된다.

내가 이 블로그에서 쓰고 싶은 수학은
그런 수학이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수학은
채찍 같은 수학이 아니라
의자 같은 수학이다.

틀려도 잠시 앉을 수 있고,
생각이 막히면 쉬어갈 수 있고,
다시 일어나도 괜찮은 자리.
답을 빨리 말해주지 않아도,
공식을 외우지 않아도
“여기서 막히는 게 정상”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수학.

그래서 이 블로그의 글들은
정답보다 이해를,
속도보다 관계를,
평가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게 다룰 것이다.

문제를 풀지 못한 이유를
의지나 재능의 문제로 몰아가지 않고,
어디에서 생각이 멈췄는지,
무엇이 부담이 되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글을 쓰고 싶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을 늘리는 글보다
수학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하는 글을
남기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입시와 성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에서
이런 이야기는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블로그는
화려한 해답을 찾는 사람보다는
수학 앞에서 한 번쯤 멈춰 섰던 사람들,
수학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었던 사람들에게
더 가까운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

수학 때문에
“나는 원래 안 돼”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게 된 사람에게
이 글들이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의자 하나쯤은 되어주기를 바란다.

이 블로그는
수학을 잘하는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수학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위한 곳이다.
그리고 이 글들은
그런 마음에서 쓰였다.

앞으로도 아마
계속 그런 마음으로 쓰일 것이다.

 왜 이런 글을 남기려 하는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조용히 남겨두고 싶어서다.

수학이 상처가 되었던 사람에게
수학이 다시 말을 걸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 가능성이
지금 당장은 작아 보여도
결코 헛된 길이 아니라는 믿음.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수학 때문에 자신을 의심해본 적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지금 막혀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수학은
떠나야 할 이유가 아니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언어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가능성을 믿고,
이 블로그에
이런 글들을 남겨보려 한다.

아주 조용하게,
하지만 사라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