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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좋아지는 글들

비유클리드 기하학 – 수학은 생각의 틀을 넓히는 언어

by 딩가캣 2025. 5. 15.
 
 
비유클리드 기하학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던지는 질문

우리는 수학 시간에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다”,
“한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는 평행선은 하나뿐이다”라는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며 자랐다.

너무 익숙해서
그게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만약,
이 명제들이 성립하지 않는 세계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세계가
논리적으로도 완벽한 수학 체계라면?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의심받던 하나의 공리

기하학의 출발점은
고대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이다.
유클리드는 다섯 개의 공리를 바탕으로
점, 직선, 삼각형, 원에 관한 모든 정리를 쌓아 올렸다.

문제는 다섯 번째 공리였다.
소위 ‘평행선 공리’라 불리는 이 명제는
다른 공리들에 비해 유난히 길고 직관적이지 않았다.

한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는,
그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오직 하나만 존재한다.

수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공리를
“다른 공리로부터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의심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도해도
이 공리는 증명되지 않았다.

그리고 19세기,
몇몇 수학자들이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진다.

“증명하지 말고,
아예 이 공리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공리를 바꿨을 뿐인데, 세계가 달라졌다

이 질문에서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탄생한다.
평행선 공리를 부정하거나 대체해도
논리적으로 모순 없는 기하학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다.

대표적인 형태는 두 가지다.

공리를 바꿨을 뿐인데, 세계가 달라졌다

쌍곡기하학 – 평행선이 너무 많은 세계

쌍곡기하학에서는
한 점을 지나는 평행선이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이 공간에서 삼각형을 그리면
내각의 합은 항상 180도보다 작아진다.
아무리 큰 삼각형을 그려도
180도를 넘지 않는다.

이 기하학은
로바체프스키
보야이에 의해 독립적으로 연구되었고,
포앙카레 원판 모델과 같은 시각화 도구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타원기하학 – 평행선이 없는 세계

타원기하학에서는
평행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다.
어떤 두 직선도
언젠가는 반드시 만난다.

이 공간에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보다 커진다.
지구 표면에서 큰 삼각형을 그려보면
이 현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기하학은
리만의 연구로 체계화되었고,
이후 수학과 물리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가정일 뿐

중요한 점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유클리드 기하학을 ‘부정’하는 학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기하학은
서로 틀린 것이 아니라
출발점이 다른 체계다.

공리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가 만들어질 뿐,
각각은 자기 안에서 완벽한 논리를 가진다.

이 사실은
수학이 단순한 계산 기술이 아니라
가정과 논리 위에 세워진 추론의 체계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주가 비유클리드적이라면?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교과서 속 상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리만 기하학을 수학적 기반으로 삼는다.

질량은 공간을 휘게 만들고,
그 휘어진 공간 안에서
빛은 직선이 아닌 경로로 움직인다.
이 현상은
유클리드 공간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자체가
비유클리드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현대 물리학의 결론이다.


교육적으로 왜 중요한가

중등 수학에서는
대부분 유클리드 기하학만을 다룬다.
하지만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학생들에게 아주 특별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 수학의 ‘정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 공리가 바뀌면 세계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 수학은 절대 진리인가, 아니면 논리적 선택인가

이 질문들은
공식 몇 개를 외우는 공부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탐구 주제로 확장해 볼 수 있는 질문들

  • 포앙카레 원판에서 직선은 왜 휘어 보일까
  •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가 아닌 공간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을까
  • 지구 표면에서 ‘직선’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 GPS는 왜 유클리드 기하학만으로 설명되지 않을까

이런 탐구는
수학을 문제집 속 과목이 아니라
사고의 도구로 경험하게 만든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단순하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명제는
사실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수학은
의심에서 시작해
새로운 시야를 만들어낸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그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래서 이 주제는
수학을 잘하는 학생뿐 아니라,
수학이 낯설었던 사람에게도
한 번쯤 꼭 소개할 가치가 있다.

수학은 계산이 아니라,
생각의 틀을 넓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