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는 왜 금방 식을까?”
아침에 따뜻하게 내린 커피를 책상에 놓고 이메일을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이 평범한 현상에도 수학이 숨어 있다.
바로 미적분학과 뉴턴의 냉각 법칙이다.
이 글에서는 커피 식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냉각 법칙을 통해,
‘미적분이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어려운 수학’이 아닌 ‘생활의 수학’을 경험해보자.
1. 식는 커피를 관찰하다 – 일상에서 출발한 과학적 궁금증
누구나 커피 한 잔이 식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매우 뜨겁다가, 몇 분이 지나면 금방 미지근해지고, 이후에는 거의 실온 가까이까지 내려간다.
이 과정은 마치 어떤 일정한 법칙을 따르듯 부드럽게 변한다.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온도가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속도는 일정하지 않다.
처음에는 빠르게 식고, 나중엔 천천히 식는다.
이런 '비선형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데 바로 미적분이 필요한 것이다.
2. 뉴턴의 냉각 법칙이란?
아이작 뉴턴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만유인력 법칙 외에도 다양한 물리 현상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뜨거운 물체가 주변 온도로 식어가는 속도’였다.
그가 정리한 냉각 법칙(Newton’s Law of Cooling)은 다음과 같다.

이 식은 미분방정식으로, 해석하면 커피의 온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수함수적으로 감소한다는 뜻이다.
즉, 점점 식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3. 이 방정식, 실제로 써먹을 수 있을까?
물론이다. 커피가 식는 속도를 예측할 수 있다면
– 언제 마시면 가장 적당한 온도일지
– 보온 머그를 써야 하는 이유
– 물리 수업 시간에 실제 실험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활동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즉, 10분 후에는 약 65도까지 내려간다. 커피를 마시기 딱 좋은 온도인 셈이다.
4. 미적분은 ‘변화’를 다루는 언어
여기서 핵심은 바로 "미분" 이다.
미분이란, 어떤 양이 '시간'이나 '거리' 같은 독립 변수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표현하는 도구다.
- 커피의 온도처럼 ‘점점 줄어드는 양’을 다루는 데 적합하고,
-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순간적인 변화율을 알려준다.
냉각 법칙처럼 일상 속에 있는 현상은 대부분 연속적이고 부드럽게 변화한다.
이럴 때는 선형 그래프보다 곡선이 필요하고,
그 곡선을 설명하는 게 바로 미적분의 세계다.
5. 확장 사례 – 냉각 법칙은 어디까지 쓰일까?
놀랍게도 냉각 법칙은 커피만 설명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도 응용된다.
- 범죄 수사: 사망자의 시신 온도를 측정해 사망 시각을 추정
- 요리: 고기 굽기 후의 휴지 시간 설정
- 전자기기: CPU 과열 방지 및 냉각 설계
- 기상학: 지표면 온도 변화 분석
- 우주선 복귀 기술: 대기권 재진입 시 열 분산 모델링
이처럼 한 가지 수학적 모델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는 건
미적분이 단순히 수업용 계산법이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6. 미적분, 그리고 커피
처음엔 나도 미적분이 어려웠다. 곡선의 접선 기울기, 면적, 변화율… 개념은 이해해도 문제는 자꾸 틀렸다.
그런데 이 냉각 법칙을 처음 접했을 때, 뭔가 ‘진짜’처럼 느껴졌다.
내가 매일 마시는 커피가 수학으로 설명된다는 사실이 너무 흥미로웠다.
그래서 직접 실험을 해봤다.
커피를 90도로 맞춰놓고, 1분마다 온도를 재며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냉각 법칙에 맞춰 그래프를 그려보니, 놀랍도록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 경험 이후, 나는 미적분을 다시 보게 되었다.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세상의 패턴을 읽는 언어라는 것을.
7. 커피 한 잔 속의 수학
커피가 식는 속도 하나만 봐도, 수학은 삶과 떨어져 있지 않는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의 온도 변화, 물이 끓는 속도, 심지어 나뭇잎이 떨어지는 곡선도
미적분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적분은 ‘언제 써먹을지 모르는 난해한 계산’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창문이다.
이제부터 커피를 마실 때, 잠시 생각해보자.
“지금 이 커피는 어떤 함수 곡선을 따라 식어가고 있을까?”
그렇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순간,
수학은 더 이상 시험 과목이 아닌 삶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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