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데 늦은 건 없다
중학교 땐 수학이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과목’이었다.
틀리면 창피하고, 틀리지 않으려다 보니 더 불안해지고,
공식은 외웠지만 왜 그런지도 몰랐다.
어떻게든 맞히려고만 했지, 이해하려고 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이해하고 싶었다.
근데 시간이 없었고, 여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틀리는 게 무서워서 점점 포기하게 됐다.
그때 수학을 포기했던 건 공부가 싫어서가 아니었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쌓여서였다.
공부를 해도 자꾸 틀리니까,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렇게 서서히 마음을 닫았다.
그리고는 “나는 문과 체질인가 봐”, “수학은 안 맞아” 같은 말로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공부의 주체가 ‘나’로 옮겨오는 순간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게 단순히 능력의 문제가 아니었단 걸 알게 됐다.
이제는 누가 시켜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내가 뭘 원하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온 거다.
대학, 진로, 선택… 모든 게 내 결정이고 내 책임이라는 현실.
그제서야 알게 됐다.
그동안 한 번도 내 의지로 수학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는 걸.
중학교 때의 공부는
‘틀리지 않기 위해서’, ‘남들만큼은 해야 하니까’라는 이유였다면,
지금은 ‘이걸 내가 다시 해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질문이 처음으로 수학을 내 삶 안으로 끌고 들어오게 만든다.
수학을 다시 시작한다는 건,
그냥 책을 펴고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공부의 주체를 ‘남’에게서 ‘나’로 옮겨오는 일이다.
그게 바뀌는 순간, 수학은 더 이상 점수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내가 해낼 수 있는지’를 묻는 조용한 도전이 된다.
다시 시작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그렇다면 이제 질문이 바뀐다.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단지 책을 펴고 공식을 다시 외우는 건 아닐 것이다.
그건 예전의 방식이었고,
그 방식은 결국 나를 수학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다시 시작하려면 전혀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 모르는 걸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틀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난 이걸 몰라”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이해의 출발점이다. - 공식이 아니라 개념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왜 이런 공식이 생겼지?"
"이 개념은 어떤 상황에서 등장할까?"
이렇게 질문하는 수학은 훨씬 덜 무섭고, 훨씬 더 내 삶과 닿아 있다. - 수학을 삶의 언어로 다시 읽어야 한다
할인율, 단가 비교, 시간과 거리 계산.
전부 수학이다.
‘이게 1차 함수잖아’, ‘이건 비례 관계네’
그렇게 관찰하는 습관은 수학과 다시 친해지는 문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거다.
예전의 실패가 있더라도,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다.
그때는 몰랐던 걸 지금은 알 수 있고,
그때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방식도 지금은 내 것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다시 수학책을 펼친다
예전처럼 정답을 맞히려고 애쓰지도 않고,
틀렸다고 스스로를 깎아내리지도 않는다.
이번엔 천천히, 내가 모르는 걸 솔직하게 마주하면서
내가 아는 걸 하나씩 쌓아갈 거다.
문제를 풀기보다, 개념을 이해하려고 하고
공식을 외우기보다, 왜 그런지를 먼저 묻는다.
예전의 나는 포기했지만,
지금의 나는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그걸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걸,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수학을 다시 시작한다는 건
내가 나 자신을 다시 믿어보는 일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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