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에서 30년..
한때는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공부 안 하고 머리 나쁜 애들이 문제다.’라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수학을 어렵다 하고,
기초도 안 되어 있으면서 푸념만 늘어놓는 아이들을 보며서
‘넌 그냥 공부랑 안 맞는 거야’라고 단정지은 적도 많았다. 방법이 없노라고.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수학이 일부의 사람들만 가능한 것인가...하고.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아름다운 미학이 되어야만 하는지 말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난 수학이 미워지려고 했다
사랑하는 나의 학생들을 아프게 하는 수학이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틀릴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었고,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그들에게 맞는 방식이 없었던 것일지 모른다고.

수학 교육이 아이들을 탈락자로 만든다
지금의 중등 수학 시험은 정말 ‘수학’을 묻고 있을까?
우리가 말하는 수학은 문제를 푸는 기술,
정답을 빠르게 찍어내는 속도 싸움이 되어 있다.
개념을 이해하고 논리를 연결하는 과정은 무시된 채,
외워야 하는 공식, 반복되는 유형, 정해진 정답만이 중요해졌다.
이 구조 속에서 느린 아이들은 항상 뒤처진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아이들, 개념을 곱씹으며 이해하고 싶은 아이들은
‘성적이 낮은 아이’, ‘머리가 나쁜 아이’로 낙인찍힌다.
그리고 그렇게 수학에서 멀어지게 된다.
진짜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방식이다
그렇다.
수학이 어려운 게 아니라,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이 어렵다.
수학은 원래 사고력의 학문이다.
정해진 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풀이 과정을 구성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시험은 이걸 전혀 평가하지 않는다.
중학교 시험 대부분은 ‘맞는 답’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로만 점수를 매긴다.
그 결과, 수학은 ‘생각하는 과목’이 아니라
‘속도와 암기력으로 결정되는 경쟁’이 되어버렸다.
나의 교육관이 바뀌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는 느꼈다.
진짜 바뀌어야 할 건 아이가 아니라 교육의 구조라는 걸.
아무리 머리가 느리고 실수가 많아도,
수학을 천천히, 자기 속도로 마주한 아이는 분명히 성장했다.
오히려 잘한다고 칭찬받던 아이들이
자기 방식이 통하지 않자 쉽게 포기하는 모습도 봤다.
결국 수학은 누가 빨리 아는가가 아니라
누가 오래 생각하는가, 누가 꾸준히 붙들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 수학 시험이 바뀌어야 한다.
정답 중심에서 과정 중심,
유형 반복에서 개념 연결,
속도 경쟁에서 사고의 깊이로 바뀌어야 한다. - 머리 나쁜 아이일수록 수학이 더 필요하다.
그 아이는 수학을 통해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다.
수학은 이해하는 언어이고, 세상을 질서 있게 바라보는 사고다. - 포기 대신 천천히 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수학이 속도를 재는 자격시험이 아니라
사고를 기르는 훈련장이 되어야 한다.
수학이란 과목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아이들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내가 바뀌려 한다.
그리고 이 제도와 방식이 바뀌길 바라본다.
‘모두를 위한 수학’,
그건 ‘빠른 아이만을 위한 수학’이 아니어야 한다.
'수학이 좋아지는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왜 수학시험에 서술형 평가가 필요할까? (5) | 2025.07.02 |
|---|---|
| 수학이 알려준 나의 가능성 – 자기 효능감의 언어로 수학을 다시 보다 (2) | 2025.07.02 |
| 머리가 느린 아이일수록 수학을 해야 하는 이유 (0) | 2025.06.25 |
| “수학을 포기했던 나, 다시 수학책을 펴다” (1) | 2025.06.24 |
| 현실 속의 미적분은 어디에 있을까? – 커피 식는 속도와 냉각 법칙 (0) | 2025.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