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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좋아지는 글들

선생님도 수학이 무서웠던 적 있어요-나의 아름다운 제자에게

by 딩가캣 2025. 4. 5.


나의  아름다운 제자에게 쓰는 편지 

 


수학이 싫다는 너의 마음, 사실 나도 잘 알아.  
선생님이라고 늘 수학이 좋았던 건 아니었거든.  
아니, 오히려 수학을 ‘좋아하게 된 시기’는 꽤 늦었어.


나는 수학과에 들어가서도 한동안 수학을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했어.  
그저 해야 하니까 했고,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게 있어서 그냥 계속 공부했던 거지.  
그게 ‘재미’인 줄 알았어.

 수학이 재미있어진 건, 정말 한참 지나고 나서였어

대학 3학년쯤이었을 거야.  
그땐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들여다보는 수학이 생겼어.

처음엔 어떤 문제를 풀다가  
“어? 이거 좀 재밌다?” 하는 마음이 들었고,  
그러다 어느 순간엔  
‘나만 아는 수학의 멋짐’을 발견하는 순간들이 생기더라.

조금만 잘하면 다른 사람들이  
“와, 너 수학 잘한다” 하는 반응도 있었고,  
그게 솔직히 말하면 우월감처럼 느껴져서 더 빠져들기도 했어.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걸 좋아하게 되니까.

그렇게 나는 수학을 ‘좋아하게 된 사람’이야.

근데 말이야,  
지금도 나는 내가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아.

요즘 수능 문제를 보거나  
고3 모의고사를 학생들 앞에서 풀다 보면,  
내가 이걸 가르쳐도 되는 사람인가?  
혹시 나도 제 주제를 모르고 이 길을 선택한 건 아닐까?
그런 자괴감이 찾아오기도 해.

특히 요즘은 ‘메타인지’라는 말이 많잖아.  
자기 수준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현명하다고.  
그걸 알면 공부도 전략적으로 하고, 자기를 과대평가하지도 않는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오히려 내 능력을 착각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그래서 솔직히, 가끔은 불안해.

그런데 말이지,  
그런 나도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왜일까?

내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수학이 어려웠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야.  
그래서 나는 문제 앞에서 멈칫하는 너희의 마음을 안다.  
"틀리면 어쩌지?" "나만 못하는 거 아냐?"  
그 마음.

나는 그런 마음을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아.  
내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지금 이 글을 읽는 너도 수학을 '좋아하게 될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야.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학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

잘하는 건 상황 따라 달라져.  
실수도 하고, 기억이 안 날 수도 있고, 머리가 멍해질 수도 있어.  
그런데  포기하지 않는 건 선택 이야.

너무 멀리 가지 않아도 돼.  
오늘 하루, 문제 하나라도 끝까지 읽어봤다면  
그건 이미 너는 ‘수학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야.


수학이 무서울 때,  
선생님도 그랬다는 걸 기억해줘.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네가 수학을 좋아하게 되는 날도  
언젠가 분명히 올 거야.